법 이야기 > 알기쉬운 법 이야기

알기쉬운 법 이야기

제목 민법의 기본원리와 그 변용
작성자 한국법교육센터 작성일 2015-06-04 14:52:05

[민법의 기본원리와 그 변용]

 

  민법의 기본원리는 역사의 발전과정 속에서 일정한 변용을 겪어 왔습니다. 주지하다시피 근대 민법은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적 정치이념과 자본주의적 경제이념을 구현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왔습니다. 근대 민법의 기본원리는 소유권절대의 원칙, 사적 자치의 원칙, 과실책임의 원칙의 세 가지로 요약되는데, 이들은 공히 추상적 인격의 대등성을 그 전제로 삼아 왔습니다.

  첫째, 소유권절대의 원칙은 모든 개인의 사소유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일체의 공적사적 규제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것입니다. 이 원칙은 인간의 이기적 속성을 전제로 한 소유욕을 자극하여 생산력의 증가에 크게 기여한 바 있습니다.

  둘째, 사적 자치의 원칙은 신분사회로부터 계약사회로의 진입(from status to contract)을 상징하는 중요한 표지가 됩니다. 사적 자치는 법률행위를 통하여 실현되므로 이를 법률행위자유의 원칙이라고도 하고, 또한 법률행위의 중심은 계약에 있으므로 계약자유의 원칙이라고도 부르는데, 계약자유의 원칙은 계약법의 지배원리로써 계약체결의 자유, 계약방식의 자유, 계약내용결정의 자유를 포함합니다. 이 원칙을 통하여 거래관계가 활성화되었고, 시장경제의 틀이 구축되었습니다.

  셋째, 과실책임의 원칙은 로마법의 과실 없으면 책임 없다라는 법언에서 유래합니다. 과실은 민사책임의 중요한 귀책요소이지만, 역으로 이는 과실 없으면 책임을 면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를 통하여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이 간접적으로 보장됨으로써 자유경쟁이 촉진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근대민법의 기본원리들은 19세기 말 이후 자본주의의 고도화에 수반한 제반 모순의 노정으로 말미암아 일정한 변용을 겪게 됩니다. , 자본주의의 발전은 전체적으로 빵의 크기를 늘리기는 하였으나, (소유)의 편중, 강자에 의한 계약의 착취도구화, 인간노동력의 소외, 새로운 계급의 형성과 갈등의 심화 등 여러 가지 폐해를 양산시켰습니다. 이는 역사적 경험을 통하여 추상적 인격이 결코 대등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었고, 구체적 인간의 평등성을 지향하기 위하여 법이념 내지 법원리의 변화를 촉진시켰습니다.

  

  현대 민법은 이러한 경험적 소산을 바탕으로 근대 민법의 기본원리들을 수정하였는데, 소유권 상대의 원칙, 계약공정의 원칙, 무과실책임(위험책임)의 원칙이 그것입니다.

먼저 소유권 상대의 원칙은 헌법 제23(재산권행사의 공공복리적합성), 37조 제2(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한 권리의 제한), 122(국토의 효율적 이용개발보존을 위한 각종 제한과 의무부과) 등의 규정에서 그 헌법적 근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본의 독점에 따른 토지소유의 극심한 편중현상은 사소유의 대상으로만 관념되어 오던 토지에 대하여 공적 개념을 부과함으로써 사용수익처분에 관한 여러 가지 제한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다음으로 계약공정의 원칙은 자본주의의 고도화에 수반하여 구체적 인간의 경제력 내지 계약적 교섭력에 현저한 격차가 발생하면서 등장한 법 원리입니다. 예컨대 사용자와 노동자, 독점기업과 개개의 소비자,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적 약자인 일반시민들은 계약이라는 매개를 통하여 힘 있는 자들의 지배논리에 종속되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사법적 정의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약자의 보호와 계약관계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입법적해석론적 노력이 강화되었습니다. , 사적자치에 전적으로 위임되어 온 계약관계의 형성이 다양한 규제입법에 의해 통제(계약관계에 대한 공권적 개입의 강화)됨으로써 계약의 불공정 내지 불균형이 상당부분 시정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약관의 규제, 주택 및 상가임차인의 보호, 근로자의 보호, 할부 및 방문판매에 대한 규제, 독점금지, 불공정거래의 규제에 관한 법률들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자유의 원칙의 기본 틀이 붕괴된 것은 아니지만, 계약공정을 실현하기 위하여 비교적 광범한 영역에서 제약을 받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마지막으로 과실책임의 원칙이란 민법의 양대 책임체계인 계약책임과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채무자 또는 가해자에게 고의과실이라는 주관적 귀책요건이 필요하다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채무자 또는 가해자에게 과실이 인정되지 않으면 채권자 및 피해자는 자신에게 손해가 발생하여도 책임을 물을 수 없음이 원칙입니다. 이 원칙은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자유경쟁에 의한 자본주의의 발전에 기여한 바가 컸지만, 자본주의의 심화에 수반하여 과실이 전제되지 않은 기업 활동이나 각종 위험시설로부터의 피해를 구제하는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이는 손해의 공평분담이라는 손해배상법의 기본이념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사법적 정의에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이러한 과실책임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무과실책임주의가 제한적으로 수용되었습니다. , 특정한 영역에서 가해자의 고의과실을 묻지 않고 손해배상책임을 긍정하게 된 것입니다.

 

  각종 공해사고, 제조물사고, 원자력사고, 광해사고 등에서 그 적용이 두드러지고, 최근에는 생명공학분야에서 무과실책임의 도입논의가 한창입니다. 물론 여전히 민법의 기본원리는 근대민법의 틀을 유지하면서 그 변용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 양자는 원칙과 예외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그 예외의 범위를 어떻게 구획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계약법의 영역에서 계약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그간의 입법 내용들이 사적자치의 원칙을 지나치게 훼손한다는 비판적인 논의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법 현실에 비추어 볼 때 근대민법의 기본원리의 순수성을 복원하기 위한 일련의 논의들은 여전히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작성자 비밀번호  
내용
  ※ 상업성 글이나 욕설등은 임의로 삭제 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17 세계 각국의 자살예방법 한국법교육센터 2017-12-19 92
16 계약의 해제와 해지 한국법교육센터 2017-08-28 252
15 수형자에게 선거권이 있을까요? 한국법교육센터 2017-05-29 701
14 운전 중 흡연은 불법일까요? 한국법교육센터 2017-04-21 354
13 유류분 제도 한국법교육센터 2016-05-13 842
12 주권의 개념과 발달 한국법교육센터 2015-12-01 706
11 인권보장의 역사 한국법교육센터 2015-08-12 871
10 민법의 기본원리와 그 변용 한국법교육센터 2015-06-04 1,363
9 시효제도 한국법교육센터 2015-01-12 1,067
8 고의와 과실 한국법교육센터 2014-10-07 28,246